


오늘 소개할 사건은 '명의신탁'이 문제가 되는 사안입니다. 명의신탁 사건이 승소가 정말 쉽지는 않는데, 저는 저년차때부터 명의신탁 사건을 잘 처리해 왔었네요.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는 생각보다 상당히 자주 일어나는 전형적인 사건이며, 상속재산이 많아 상속증여세의 절세를 신경써야 하는데 자녀들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은 분이라면 꼭 숙지를 해야 하는 사건입니다.
우리 상속세는 배우자 공제가 최소 5억, 최대 30억원까지 적용이됩니다. 증여세에 있어서도 배우자는 6억원까지가 공제 대상이지요.
반면 자녀의 경우 상속세에 있어 공제금액이 5천만원이 있으나, 해당 금액이 일괄공제에 보통 포함되므로 요즘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자녀는 상속에 있어 공제를 받지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기본공제 2억원에 5천만원*자녀수가 공제액으로 보시면 되는데, 해당 공제액이 5억원이 되지 않으면 그냥 일괄공제로 5억원을 공제해 줍니다. 평범한 4인 가족 중 아버지 상속이 일어난다면 기본공제 2억원에 자녀2명해서 공제액이 3억원으로 계산되고, 이 금액이 5억원에 미달하니 5억원을 공해 주는 것이죠. 반면 자녀가 7명이라면, 기본공제 2억원에 자녀공제 3억 5천만원이 더해져 5억 5천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죠.) 그리고 증여세에 있어서도 자녀는 공제액이 5천만원 입니다.
그리고 증여세는 기본 공제랄 것이 아예 없는 수준인데 비해, 상속세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괄공제액 5억원이 반영됩니다. 위 두 내용을 합치면, 아버지가 재산이 많고 어머니가 재산이 별로 없는 경우, 아버지가 전 재산을 자녀들에게 직접 증여나 상속을 해 주는 것보다, 중간에 어머니 명의를 한번 경유해서 어머니의 상속을 통해 물려받게 하면 '상속 및 증여재산의 과세표준금액의 분산'과, '어머니의 상속 기본공제를 최대한 활용'하여 수억대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전략은 과세기관에서도 충분히 인정하는 적법한 절세의 수단으로, 위와 같은 상속계획을 짜는 것이 '세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자녀끼리 화목한 집은 위와 같은 계획을 잘 세워 세금을 잘 절약하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문제는 자녀끼리 화목하지 않거나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하는 바람에 대습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절세 플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조세상의 문제'가 아닌 유류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상속(유류분 포함)에 있어 부모의 재산은 위 부부별산제에 따라 '부부 개개인의 재산'을 기준으로하여 상속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부부 전체의 재산을 물려준 내역'을 정리해 보면 자녀간의 불공평한 것이 없어도, '모' 개인의 재산이 '특정한 상속인에게만 상속 내지 증여'된 경우 '부(아버지)'의 재산까지 고려하면 상속인간이 불평등하지 않다는 주장을 해도 법리상 그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어머니의 재산의 분배 내역'만을 보고 상속재산분할 이나 유류분 사건의 결론이 내려지게 되지요. 일부 자녀가 일부러 그러든, 몰라서 그러든 위와 같은 절세 계획은 민사적인 상속재산분할이나 유류분 문제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원래 부부의 재산은 전부 아버지가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자녀들은 미리 사전증여를 아쉬울 것 없이 받은 상황에서 아버지가 가진 가장 값진 부동산을 장남에게 물려줄 차례가 되었지요. 그런데 재산이 가치가 큰 만큼 증여세가 많이 부과될 상황이 되자, 장남은 아버지와 의논하여 어머니에 대한 증여세 공제한도와 어머니 사후 기본공제를 감안해 부동산 지분의 150/215를 어머니에게 증여한 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유증을 받는 것으로 하였고, 나머지 지분만 장남, 맏며느리, 손자들 명의로 나누어 증여를 받았지요. 정말로 어머니, 본인, 아내, 자녀들의 증여세 공제한도를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활용한, 세금 측면에서는 나무랄 부분이 없는 대처였습니다.
그리고 위 증여 이후에도 어머니는 5년을 더 사셨고,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계시니 과거에 유언이 철회되거나 번복되는 일은 전혀 없었고, 어머니의 유언도 정상적으로 집행이 되었지요. 그런데 아버지가 어머니 사망이후, 유류분 단기소멸시효 (1년)를 넘기지 못하고 7개월만에 돌아가시게 됩니다.
그러자 누나와 남동생이 장남을 상대로 '어머니의 재산이 하나뿐인데 장남이 모두 증여를 받아 유류분의 부족'이 발생하였다며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대로 '부부를 합산해서 계산해 보면 상속에 불공평함이 없다'라는 주장으로 대응해 보아야 우리 민법의 규정상 의미있는 항변이 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에 있어 장남의 대응은 증여된 부동산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부 증여해 준 것이고, 어머니 지분은 세금 절약을 위한 명의신탁일 뿐이며 어머니가 실제적인 소유권을 가지는 지분이 아니기에 어머니의 유류분을 따질 사건이 아니라는 방식으로 대응이 되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전의 승소사례들에서도 계속 설명했지만 법원은 정말 제대로 증거가 확인되지 않으면 명의신탁을 잘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지요. 아버지는 이런 사단이 일어날 것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어서, 달리 장남을 위한 증거 자료를 남겨두지는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순전히 정황증거만으로 명의신탁을 입증해야 하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요.
그래도 아버지가 증여를 하기 전에 가족회의를 하여 장남에게 부동산을 물려주기로 한 자료가 남아있었고, 위 부동산을 증여 하기 전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유증한 유언장이 남아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언장의 작성일이 증여를 한지 3주만에 이루어진 것도 유언장 작성일의 기재로 남아있던 상황이었지요. 그리고 어머니의 증여로 인한 취득세를 아들이 온전히 낸 증거도 남아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증거를 총 동원하고, 아버지의 상속계획의 전말 및 그로 인해 절약한 세금 들을 모두 설명하면서, 위 부동산의 증여는 원래 '유증을 해줄려던 것'을 세금을 줄이기 위해 배우자에 대한 증여와 며느리, 손자 증여까지 모두 활용하여 상속계획을 바꾼 것이고, 증여를 해 주는 주체는 부동산 전체에 대해 아버지며 받을 사람은 장남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주장이 인정받아 해당 부동산은 전체가 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유류분은 어머니의 상속이 아니라 아버지의 상속의 관점에서 계산되어야 한다고 원고들 청구가 전부 기각이 되었습니다. 사실 사건의 난이도가 변호사 2년차가 전담해서 할 사건은 절대 아니었지만, 다행히 제가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지요.
이 사건 자체는 제가 어떻게든 수습한 사건이지만, 승소사례에서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것과 같이 '명의신탁이 결부'되는 사건은 명의신탁에 대한 증거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승소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절세도 좋지만 일부 자녀가 자신의 유지와 달리 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자녀가 먼저 사망하여 상속인이 바뀌어 버리는 바람에 상속인간의 분쟁이 생기는 상황등을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는 것이지요.
이에 '상속세 및 절세를 위한 계획'은 '자신의 사후 상속인간의 분쟁'도 어느 정도는 유념해 두고 설계가 되어야 하며, 이에 상속 계획은 세무사 뿐만이 아니라 '상속전문변호사'에 대한 자문을 통해, '상속세의 절감'과 '자녀들 사이의 분쟁의 방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